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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ia: Epilepsy Commu > Volume 2(1); 2020 > Article
‘그리스도의 변용’을 통해 본 성경 속 뇌전증에 관련된 일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의 고전적 예술을 완성한 3대 천재 예술가 중 한 사람입니다. 독일의 드레스덴을 방문하였을 때 미술관에서 본 라파엘로의 시스틴 마돈나(식스투스의 마돈나)라는 작품에서 턱을 받치고서 천진스럽게 아기 예수와 마돈나를 바라보는 어린 천사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놓고 있다가 라파엘로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었습니다. 바티칸에서 ‘아테네 학당’이라는 라파엘로의 유명한 작품도 무척 좋았지만, 저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그리스도의 변용(transfiguration)’ (Fig. 1)이라는 작품에 압도당하여 30분 넘게 지켜보다가 다시 들어가 보고 또 보았습니다.
공관복음서(마태, 마가,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거룩하게 변형된 모습을 소재로 한 이 그림은 천상의 신비로운 광채와 지상의 소란스러운 모습을 대조시킨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의 윗부분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모세, 엘리야가 그려져 있는데, 예수님의 얼굴이 해같이 빛나고 옷이 빛처럼 희어져 있으며 환상적인 흰 광채 속에 조용함과 정숙함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되어 있습니다. 신앙적으로 체험한 기쁨과 평안과는 다르게 그 아래에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놀라고 경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이때 성질 급한 베드로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초막 셋을 짓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 아랫부분에는 경련하는 아이를 두고 다른 제자들과 세상 사람들이 극도의 공포와 혼돈 속에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변화산 사건에 뒤이어 나오는,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지 못하는 믿음 없는 제자들을 그리는 듯합니다(마태복음 17장, 마가복음 9장, 누가복음 9장).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명과 소명이 있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경련을 하는 아이의 모습은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 있고 오른팔이 뻗어 있으면서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가 있고 왼쪽 팔이 조금 굽어 있는 모습으로 보아 우측 뇌의 보조운동 영역에 병변이 있는 경련의 모습으로 보입니다.1 요즘은 24시간 뇌파 모니터링을 통해 경련의 모습과 뇌파의 모습을 함께 비교하여 뇌의 어느 부분에서 병변이 있는지 밝혀낼 수가 있습니다.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명칭이 변경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에 대하여 적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낫지 않는 난치병이다, 유전된다, 경련약을 쓰면 머리가 나빠진다, 결혼할 수 없다,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등등의 잘못된 지식뿐 아니라, 이 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낙인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2,3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시저, 나폴레옹, 잔 다르크,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도스토예프스키, 바이런, 차이코프스키, 알프레드 노벨.... 모두 뇌전증을 앓았던 분들의 이름입니다. 몸에 가시가 없어지기를 세 번이나 기도했던 사도 바울도 뇌전증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인류의 위대한 위인들이었습니다.
뇌전증에 대한 차별과 낙인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공관복음의 변화산 사건 이후 등장하는 귀신 들린 아이가 뇌전증을 앓았기에 뇌전증의 원인이 귀신 들림이라고 흔히들 오해하는 듯합니다. 한글 성경에는 간질로 번역되어 있지만, 원어를 살펴보면 뇌전증(간질)이라는 명사는 사용되지 않고, 뇌전증으로 보이는 증상들을 묘사하는 동사들이(예: 발작) 나타납니다. 물론 그 아이의 질환이 뇌전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말씀 구절을 통해 귀신 들림과 뇌전증을 무조건 연관시키는 잘못된 편견과 오해가 불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뇌전증과 귀신 들림의 관계에만 주의를 기울여 생기는 더 큰 오해는, 변화산 사건 이후에 등장하는 이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하는 데 있습니다. 사실 귀신 들린 아이 사건의 의미는 예수님께서 변화산에서 말씀하신 자신의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예언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꾸짖고,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시는 사건을 통해 자신의 죽음과 부활이 분명히 이를 것임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이 사건 바로 다음 장면에서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번 죽음과 부활에 관해 이르셨지만, 제자들은 그 말씀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귀신 들린 아이 사건은 뇌전증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예수님의 위대하신 구원 사역을 나타내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요한복음 9장은 예수님께서 선천적 시각장애인을 고치시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제자들은 그 사람이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이유를 알고자 했지만, 예수님은 그 원인을 말씀하지 않으시고, 시각장애인 자신과 그의 치유를 통해 나타날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요한복음 9:3).”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신 사건은 인류의 죄를 씻기 위하여 독생자를 보내주신 하나님의 숭고한 섭리와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신 예수님의 사랑, 그리고 예수님께서 이루신 구원 사역과 그것을 계속 이루어 가실 성령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우리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용’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뇌전증을 극복하려는 학자와 환자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늘의 높고 큰 비밀을 깨달아 감격하면서 살고자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겪고 이겨 내야 하는, 쉽지 않은 고민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세상의 어려움이나 난관을 이겨내고, 세상의 잘못된 낙인과 편견을 극복할 수 있기를 소원하고 기대합니다. 비록 뇌전증이라는 질환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이를 꿋꿋이 이겨냄으로써 오히려 세상의 온갖 질병과 장애를 가진 많은 환우에게 희망과 소망을 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와 영광이 세상 가운데 편재하고, 위대하신 주님 앞에 겸손으로 무릎 꿇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uthor contributions

All work was done by Kim JS.

Acknowledgements

None.

Fig. 1.
The Transfiguration of Christ (Raphael, in Pinacoteca Vaticana, Vatican City).
epilia-2020-00080f1.jpg

References

1. Lüders H, Acharya J, Baumgartner C, et al. Semiological seizure classification. Epilepsia 1998;39:1006–1013.
crossref pmid
2. Lee SA, Yoo HJ, Heo K, et al. The social stigma of epilepsy in Korea. J Korean Epilep Soc 2002;6:128–136.

3. Lee Y, Kim SS, Lim JG, Yi SD, Park YC. Knowledge and attitude toward epilepsy in some Taegu-Kyungbook residents. J Korean Neurol Assoc 1997;15:257–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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