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뇌전증 환자의 특성과 약물 치료
Characteristics and Medical Treatment of Elderly Patients with Epile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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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Epilepsy is a common neurological disorder in elderly patients, who often have decreased organ function, various comorbidities, and polypharmacy. When choosing anti-epileptic drugs for this population, drugs with a low propensity for side effects and a minimal potential for drug-drug interactions should be preferred. Therefore, the use of newer anti-epileptic drugs, such as levetiracetam, zonisamide, gabapentin, and pregabalin is suggested.
서론
뇌전증은 노인에서 뇌졸중과 치매 이후 세 번째로 흔한 신경학적 질환이다.1 65세 이상에서 뇌전증 유병률은 2–5%이고 발생률은 천 명당 1–3명으로, 새로 발생하는 뇌전증 환자 중 60세 이상이 24% 이상을 차지하며2 그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에서 발작이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뇌전증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른 동반 질환이 흔하며 다양한 약물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뇌전증약을 사용할 경우 기존 질환과 복용하는 약과의 상호작용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3
본론
1. 노인에서 뇌전증의 특성
노인에서 뇌전증은 부분 발작으로 나타나는 빈도가 높으며 비특이적인 증상인 어지럼증, 졸림, 인지 장애, 혼란, 이상 감각 등과 같은 증상으로 발현하는 경우가 많다.4 노인에서 뇌전증 발생 원인으로 가장 흔한 것은 뇌졸중이며, 대사성 뇌증, 약물, 외상, 뇌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뚜렷한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30–50%가 있다.5 치매가 있는 경우 뇌전증 발생 위험이 5배에서 10배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뇌전증을 앓고 있는 노인에서 인지 저하는 흔한 문제이다. 특히 노인에서 발작은 처음 발생한 경우에도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단독 발작 후에도 뇌전증약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6
2. 노인에서 뇌전증약 사용 전 고려해야 할 특성
1) 약동학 및 약력학 변화
노인은 체내 수분량뿐 아니라 대사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뇌전증약 종류 및 용량을 결정할 때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체내 알부민 수치가 감소하기 때문에 비결합 약물 농도가 증가하여 낮은 용량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반면에 쉽게 약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에서 체내 수분량은 감소하지만 체내 지방량은 증가하기 때문에 지용성 약물인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과 페노바비탈(phenobarbital)과 같은 약물은 효과가 지연되어서 나타날 수 있다. 대사 능력도 저하되어 간 대사는 70세에 30% 정도로 감소하고, 신장 대사는 40대부터 10%씩 감소하여 노인에서는 신장 기능이 25–50% 정도 낮다고 알려져 있다.7
이에 따라 정상 약물 농도 범위가 젊은 나이에 비해 20–40% 정도 감소하므로 뇌전증약 용량을 조금 올리는 것에도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 5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같은 용량의 페니토인(phenytoin)을 유지하고 다른 약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3차례 이상 페니토인 농도를 측정하였을 때에도 농도 변화가 2–3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하였다.8 따라서 노인에서 뇌전증약 사용 시에는 용량을 낮게 시작하여 천천히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2) 약물 상호작용
퇴역 군인을 대상으로 한 VA Cooperative Study (VACS) 연구에 따르면 노인 환자의 25% 가량은 평균 7가지, 많게는 15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였다.9 많은 약물을 복용함에 따라서 뇌전증약에 대한 순응도가 저하될 수 있으며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다른 질병 치료에 중요한 와파린(warfarin), 항암제, 항생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 페니토인,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 페노바비탈 등과 같이 효소 유도 효과를 가진 뇌전증약 사용은 제한이 필요하다.7
3) 기존 질환
뇌전증을 가진 노인에서 인지 평가를 하였을 때 3분의 1에서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 인지 저하는 약물 순응도 저하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노인 뇌전증 진료 시 초기 인지 평가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4 또한 골다공증도 중요한 문제로, 뇌전증약을 오래 사용하였을 때 골절 위험이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교차비, 1.21; 95% 신뢰구간, 1.14–1.28). 따라서 비타민 D 및 골밀도 검사 시행이 추천되며 칼슘과 비타민 D를 보충해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효소 유도 효과를 가진 뇌전증약을 사용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10 또한 뇌전증이 있는 노인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어 혈관성 질환의 위험요소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의 20–60%가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므로 이런 환자에서는 기분 안정 효과가 있는 라모트리진(lamotrigine)이나 발프로산(valproic acid) 처방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7,10
노인에서 뇌전증약 사용에 대한 연구
노인에서 뇌전증 환자는 모집 및 연구 진행이 어려워 어떤 뇌전증약이 효과가 좋은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4 주로 기존 약인 카바마제핀과 새로운 뇌전증약 라모트리진을 비교하는 연구가 보고되었다. 1999년 Brodie 등11의 보고에 따르면, 평균 나이 77세인 새로 진단된 뇌전증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24주간 라모트리진과 카바마제핀의 효과를 비교하였을 때 발작 조절 효과는 크게 차이가 없었으나 약물 부작용으로 중단하는 비율이 라모트리진 군이 18%인데 반하여 카바마제핀 군은 42%로 높아, 라모트리진 군에서 약물을 끝까지 유지하는 환자가 더 많았다. 2005년 Rowan 등12의 연구에서는 새로 진단된 노인 뇌전증 환자 593명에서 가바펜틴(gabapentin) 1,500 mg/일, 라모트리진 150 mg/일과 카바마제핀 600 mg/일 사용을 비교했는데, 역시 발작 조절 효과는 차이가 없었으나 카바마제핀 군에서 약물 부작용이 가장 많아 약물을 조기 종료하는 비율이 카바마제핀 군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07년 보고된 다국적 무작위배정 연구에서는 라모트리진 군과 카바마제핀군 간에 조기 종료 비율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13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에 대한 몇 가지 연구가 추가로 보고되었다. 새로 진단된 노인 뇌전증 환자에서 카바마제핀, 라모트리진, 레비티라세탐을 비교한 2015년 무작위배정 연구에서, 1년 동안 같은 약물을 유지한 비율이 레비티라세탐에서 61.5%로 카바마제핀의 45.8%와 비교해 유의미하게 높았고 라모트리진(55.6%)과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14 노인 뇌전증 환자에서 레비티라세탐과 기존 뇌전증약인 발프로산 또는 카바마제핀을 비교한 2016년 연구에서도 약물 시작 후 처음 발작까지의 기간은 약물 간 차이가 없으나, 기존 뇌전증약과 비교하였을 때 레비티라세탐 군에서 약물 시작 후 약물을 중단할 때까지 기간이 더 길어 레비티라세탐이 기존 뇌전증약에 비해 순응도면에서 우월하다는 유사한 결과를 도출하였다.15 최근 보고된 메타 연구에 따르면, 카바마제핀, 라모트리진, 레비티라세탐의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하였을 때 유일하게 유의미한 결과는 라모트리진만 카바마제핀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었다.16
기타 약물에 대한 연구는 제한이 있으며 단일 기관 연구이거나 단면적 연구였다. 토피라메이트(topiramate)를 단독 또는 부가요법으로 사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토피라메이트 단독요법 시행 시 용량에 관계없이 50% 정도에서 발작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토피라메이트를 사용한 환자 중 63%에서 약물 부작용을 보고하였고, 13%가 인지 기능 부작용을 호소하였으며, 약물 부작용으로 약물 사용을 중단한 환자는 18%였다.17 옥스카바제핀(oxcarbazepine)은 소규모 단일기관 연구가 보고되었는데, 19명의 노인 뇌전증 환자 중 73.6%에서 옥스카바제핀 사용 후 발작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1명만 저나트륨혈증 부작용이 있었다고 보고하였다.18
한국 뇌전증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
최근 국내에서 뇌전증을 전공하는 신경과 전문의 42명의 의견을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건강한 노인 환자가 전신 뇌전증이 있을 경우 가장 적합한 뇌전증약으로 81%의 전문의가 레비티라세탐을 선택하였고 74%가 라모트리진을 선택하였다. 국소 뇌전증의 경우 라모트리진 83%, 레비티라세탐 73% 순이었다. 차선으로는 옥스카바제핀과 라코사마이드(lacosamide)를 선택하였다.19 건강에 이상이 있는 노인 국소 뇌전증 환자에서는 76%가 레비티라세탐을, 62%가 라모트리진을 가장 적합한 뇌전증약으로 선택하였고, 차선으로 동일하게 옥스카바제핀과 라코사마이드를 선택하였다.19
결론
노인에서 뇌전증은 흔한 신경학적 질환으로 진단과 치료 시 노인에서의 특성과 기존 질환,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신중히 고려하여야 한다. 노인 뇌전증에 적합한 뇌전증약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지만, 일반적으로 약물 부작용을 고려하여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증량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뇌전증 전문가들은 노인 뇌전증에서 라모트리진 또는 레비티라세탐 사용을 선호하였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uthor contributions
All work was done by Byun JY.
Acknowledgements
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