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뇌전증 환자의 낙인감
Felt Stigma in Korean Persons with Epile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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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Korean studies of felt stigma among persons with epilepsy were reviewed. Of persons with chronic epilepsy, 31% felt stigmatized by their condition and in 9% of these individuals, the stigma was severe. Of persons with newly diagnosed epilepsy, 31% felt stigmatized at the time of diagnosis, but the corresponding percentage decreased to 18% at a 1-year follow-up. Multiple regression identified experiences of actual discrimination in society, an introverted or neurotic personality, and inadequate coping strategies as being independently associated with felt stigma. Seizure-related factors did not contribute to felt stigma in persons with epilepsy. The presence of felt stigma has considerable impacts on psychological well-being, including depression, anxiety, and poor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These findings may provide a basis for further studies to clarify the causative factors generating felt stigma and to develop potential therapeutic interventions for felt stigma of epilepsy. In conclusion, nationwide educational programs are necessary to eliminate misconceptions about and negative attitudes toward epilepsy, which still remain present to a considerable extent in Korean society.
서론
뇌전증은 뇌의 전기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발생하여 발작 등의 임상 증상을 일으키는 비교적 흔한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한국에서는 인구 1,000명당 3.84명의 유병률로, 약 30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1 새로운 치료 약제의 개발과 고도의 장비를 이용한 뇌전증 수술의 활성화로 뇌전증의 치료는 예전과 달리 크게 향상되고 있으나, 일반 대중의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오해나 편견은 예전과 같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만연해 있는 상태이다.2-4
뇌전증의 낙인감(felt stigma)은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다름(undesirably different) 그리고 또한 심각한 불명예(deeply discrediting)로 문화적으로 정의되는 속성에 의해서 야기되는 반감(disapproval)의 강한 느낌”을 말한다.5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오해나 편견은 뇌전증 환자에 대한 공공의 부정적 태도(negative public attitude)로 표출되어, 뇌전증 환자는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받는다.6,7 이와 같은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로 말미암아, 뇌전증 환자는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이 있는 자신의 질환과 함께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점점 힘들게 되고, 결국에는 실제적인 차별(actual discrimination, enacted stigma)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는 낙인감을 느끼게 된다.8 이처럼 뇌전증 환자의 낙인감은 주로 자신이 속한 사회와의 관계 속에 형성되기 때문에, 그 문화적 배경에 따라 낙인감 및 그 관련 인자는 나라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1)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뇌전증 환자가 낙인감을 느끼는지, (2) 발작 빈도와 같은 뇌전증 관련 변수를 포함하여 어떤 인자들이 낙인감을 유발하는지, 그리고 (3) 낙인감이 환자의 우울 및 불안을 야기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의 낙인감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고, 그럼으로써 환자의 낙인감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론
1. 뇌전증 낙인감 척도
낙인감 척도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성인에서는 Jacoby가 개발한 3문항 낙인척도(Stigma Scale for Epilepsy, 낙인척도-3)를 주로 사용한다.9 Jacoby의 낙인척도-3의 각 문항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 뇌전증 발작이 있다는 이유로 (1) 사람들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 같다, (2) 사람들은 나를 부족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 같다, (3) 사람들은 나를 가능하면 피하려 하는 것 같다(Table 1).” 각 문항에 ‘예/아니오’로 간단히 답하는데, ‘예’로 답하면 1점을, ‘아니오’로 답하면 0점을 부여하여, 가능한 점수는 0–3점이다. 점수가 0점이면 환자가 낙인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고, 1–3점이면 낙인감을 느끼는데, 높은 점수일수록 낙인감을 심하게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Jacoby의 낙인척도-3의 유효성을 재검한 결과, 낙인척도-3이 연속형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천장효과(ceiling effects)로 인해 실제로는 이분형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10 이에 따라 낙인감의 미세한 차이를 좀더 분별하기 위해 낙인척도-3의 응답 반응을 개정하여, 각 문항의 응답을 ‘예/아니오’에서 4점 리커트형 척도로 바꾸었다.11 이에 따라 가능한 낙인감 점수는 0–9점으로, 단계적 반응이 좀더 가능하게 되었다(Table 1). 개정한 낙인척도-3 (낙인척도-3R)에서 점수가 0점이면 환자에게 낙인감이 없는 것이고, 1–6점은 경증-중등도 낙인감을, 7–9점은 중증 낙인감을 의미한다.
2. 한국 성인 뇌전증 환자의 낙인감 유병률
2005년 Lee 등8은 뇌전증이 있는 4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낙인척도-3을 이용하여 낙인감을 조사하였다(Table 2). 결과를 보면, 만성 성인 뇌전증 환자 중 31%에서 낙인감이 있었고, 9%에서는 세 설문 항목 모두에서 ‘예’로 답하여 낙인감이 심했다(Fig. 1). 뇌전증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는 환자에서는 20%가 낙인감을 갖고 있었지만, 뇌전증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환자에서는 두 배가 넘는 47%가 낙인감을 갖고 있었다.8 이러한 결과는 한국 사회에 뇌전증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유병률로, 비슷한 시기인 1999년에 발표된 유럽국가에 사는 성인 뇌전증 환자의 낙인감 유병률 51%보다도 더 낮은 수치였다.12 이러한 예상 밖의 결과는 국내 조사에서 표본 추출 바이어스(sampling bias)로 인해 실제 낙인감 유병률보다 현저히 낮게 왜곡되었기 때문일 소지가 있다. 유럽 연구에서는 뇌전증 지원단체(support group)을 통해 5,000명이 넘는 환자에게서 자료를 수집한 반면,12 국내 연구에서는 대학병원 신경과 외래로 내원한 환자만 연구에 포함하였다.8 보호자만 병원에 와서 약을 받아가는 환자들, 그리고 대학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다니는 환자들은 대학병원에 직접 내원하는 환자에 비해 더 심한 낙인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이 환자들이 연구에 포함되지 못해서 낙인감 유병률이 실제보다 낮게 조사되었을 것이다.
2016년 Lee 등13은 새로 진단된 성인 뇌전증 환자 153명을 대상으로 낙인척도-3을 이용하여 낙인감을 조사하였는데(Table 2), 새로 진단된 성인 뇌전증 환자의 31%가 진단 당시 낙인감이 있었고, 진단 1년 후 시점에서는 낙인감 유병률이 17%로 떨어졌다(Fig. 1).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진단 당시 낙인감이 있었던 환자 중 66%가 1년 후에는 낙인감이 없어졌고, 진단 당시 낙인감이 없었던 환자 중 10%만이 1년 지난 시점에 새로 낙인감이 형성되었다.13 이와 같이 진단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낙인감 유병률이 감소하는 소견은 다른 나라의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예를 들면, 2011년 미국 연구를 보면, 새로 진단된 성인 뇌전증 환자 중 23%가 진단 당시 낙인감이 있었으나, 진단 1년 후에는 8%의 환자만이 낙인감을 갖고 있었다.14 이와 같이 시간 경과에 따른 낙인감의 경감은 환자의 뇌전증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뇌전증에 대한 바른 이해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즉, 뇌전증을 처음으로 진단 받을 때, 뇌전증이란 진단은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면서 낙인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뇌전증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뇌전증에 대해 바르게 알게 되면서 불안 해소와 함께 낙인감도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된다.13
일부 뇌전증 환자에서는 더 이상 발작 재발이 없어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뇌전증의 낙인감이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남는다고 한다. 최소 2년 이상 발작 재발이 없는 성인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낙인척도-3을 이용한 국내 조사 결과를 보면, 낙인감이 발작관해 성인의 21%에서 여전히 남아 있었다(Table 2).8,15 이는 만성 성인 뇌전증 환자의 31%보다 낮은 수치였으나,8 발작관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은 유병률로 낙인감이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국내 연구 결과는 영국의 한 연구와 비슷하였는데, 그들은 최소 2년간 발작이 없는 환자의 14%에서 여전히 낙인감이 존재한다고 보고하였다.16 이러한 소견에 근거하여, 뇌전증의 낙인감은 근절할 수 없는 비가역적인 현상이라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낙인감은 환자에게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가족 일원에게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가족 낙인감(family stigma)은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뇌전증을 앓고 있음으로 인해 그 가족의 일원인 자신도 타인으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정의된다. 개정한 낙인척도-3를 이용하여 국내에서 가족 낙인감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점수 1점 이상의 경한 낙인감은 뇌전증 환자의 가족 일원 중 54%에서 있었고, 점수 4점 이상의 중등도-중증 낙인감은 10%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아서 자주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의 가족에게서 중등도 이상의 가족 낙인감이 흔했다.17
3. 뇌전증 낙인감의 관련 인자
2018년 Baker 등18은 뇌전증의 낙인감에 관한 체계적인 문헌 연구를 시행하였다. 인구학적 변수, 질환 관련 변수, 그리고 정신사회 변수 등 여러 요인이 낙인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이러한 연관성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많은 인구학적 변수가 낙인감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모든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혼 상태, 경제적 빈곤층, 그리고 낮은 연령 등은 높은 수준의 낙인감과 비교적 일관되게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 인구학적 요인들이다.18 뇌전증 관련 인자들 또한 낙인감과의 연관성에서 다양한 연구결과를 보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발작 종류와 중증도가 낙인감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연관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변량 분석에서는 발작 종류나 중증도보다는 낮은 발작 시작 연령, 자신이 경험한 총 발작 횟수, 그리고 발작으로 인한 부상 등이 낙인감을 야기하는 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18 발작 빈도는 낙인감과 연관성이 있게 보고되기도 하지만, 뇌전증의 유병기간보다는 낙인감을 예측하는 데 덜 중요한 것 같다. 이는 유병기간이 길면 길수록, 타인으로부터 실제 차별을 당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뇌전증을 앓는 동안 자신이 경험한 총 발작 횟수 또한 뇌전증의 낙인감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질병 관련 인자 중 하나이다.18
낙인척도-3을 이용한 국내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Table 2), 만성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는 사회로부터의 차별 경험, 내성적 성격, 그리고 부적절한 대처 방식이 낙인감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 인자였고, 발작 빈도 등의 질환 관련 인자는 낙인감과 연관성이 없었다.8 새로 진단된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는 만성 뇌전증 환자와 같이 내성적 성격이 진단 1년 후 낙인감이 형성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고, 1년 동안의 발작 재발 여부는 낙인감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13 최소 2년동안 발작이 없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는 성격기질(personality trait) 중 신경증(neuroticism)이 낙인감과 유의미하게 연관되어 있었다.15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으로 낙인감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서, 뇌전증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은 환자는 낙인감을 덜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18 그러나 국내 성인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환자의 낙인감을 줄이는 직접적인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19 그러나, 뇌전증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더 높았고, 우울감은 더 적었다. 이러한 소견으로 볼 때,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는 것이 직접적으로 낙인감을 줄이지 못할지는 몰라도, 간접적으로 낙인감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19
2015년 Ryu 등20은 뇌전증이 있는 243명의 청소년과 그 어머니를 대상으로 소아낙인척도(Child Stigma Scale) 및 부모낙인척도(Parent Stigma Scale)를 이용하여 낙인감을 조사하였다. 기존의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18 뇌전증에 대한 지식 수준은 낙인감과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20 즉, 뇌전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청소년은 잘 알고 있는 청소년에 비해 뇌전증의 낙인감을 더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또한 어머니의 태도가 중요했다. 즉 어머니가 자녀의 뇌전증을 타인에게 비밀로 숨기면 숨길수록, 그 자녀는 낙인감을 더 심하게 느꼈다. 이는 청소년이 어머니가 자신의 뇌전증 진단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기가 앓고 있는 뇌전증이 숨겨야 하는 나쁜 질환이라고 잘못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질환 관련 인자 중에서는 항뇌전증 다약제요법(antiepileptic drug polytherapy)이 환자의 낙인감과 연관이 있었는데, 이러한 연관성은 다약제요법의 약물 부작용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약제를 사용해야 할 정도의 심한 뇌전증 상태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4. 낙인감의 부정적인 효과
최근에 시행된 한 체계적 문헌연구에 따르면,18 낙인감의 효과에 관한 소견들은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간단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구학적 또는 질병 관련 인자와 낙인감과의 연관성이 기존 연구에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낙인감과 그로 인한 결과(outcomes)는 연구가 진행된 나라의 문화적 배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낙인감을 심하게 느끼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자기효능감이 더 낮고, 질병에 대한 자기 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약물순응도가 더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발작 중증도 및 빈도가 증가하는 등 뇌전증의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환자에게 낙인감이 있으면 우울 및 불안이 생기고 전반적인 심리적 안녕(psychological wellbeing)이 저하되며, 이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이 나빠진다. 이와 같은 결과는 주로 단면 연구를 통해 도출되었기 때문에, 낙인감과 그 효과의 관계에서 인과성의 방향을 단정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아마도 양방향의 상호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러한 양방향성으로 인해 낙인감과 그 효과의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국내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뇌전증의 낙인감은 환자의 우울 및 불안을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악화시켰다(Table 3). 예를 들면, Han 등21은 만성 뇌전증이 있는 성인 및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우울에 영향을 주는 인자를 조사하였는데, 뇌전증의 낙인감이 대발작 빈도 및 다약제복용과 같은 질병 관련 인자와 함께 환자의 우울증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다. 만성 성인 뇌전증 환자의 사회 불안(social anxiety)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환자의 21%가 사회 공포(social phobia)를 호소하였는데, 뇌전증의 낙인감이 우울과 함께 사회 공포의 중요한 요인이었다.22 즉, 낙인감이 없는 환자에 비해 경한 낙인감이 있으면 사회 공포의 유병률이 5.5배, 중등도 이상의 낙인감이 있으면 8.6배가 증가하였다.22 삶의 질 연구에서도 뇌전증의 낙인감은 유의미하게 환자의 삶의 질과 부정적인 연관성이 있었다. 만성 성인 뇌전증 환자 연구를 보면, 환자의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자는 우울 및 불안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신경증적 성격, 자존감, 그리고 낙인감 순이었다.23 자기효능감은 일반적으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을 호전시키는데, 특히 낙인감이 있는 환자에게서 그 효과가 뚜렷한 것 같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뇌전증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기효능감은 낙인감이 있는 환자에서 유의미하게 삶의 질을 호전시키지만, 낙인감이 없는 환자에서는 삶의 질과의 연관성이 유의미하지 않았다.24 반면에, 발작관해 상태에서는 뇌전증의 낙인감이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좀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최근의 한 연구를 보면, 최소 2년 이상 발작 재발이 없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 낙인감과 삶의 질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고, 낙인감이 신경증적 성격을 통해 간접적으로 삶의 질과 연관성이 있었다.15 그러나, 차별 경험의 유무, 불안 및 우울로 그 연관성을 보정했을 때는 통계적 유의성이 소실되었다.15 추가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만성 성인 뇌전증 환자에게서 폭력성을 조사하였는데, 환자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폭력성이 높았고, 뇌전증의 낙인감이 우울 및 불안과 함께 유의미하게 환자의 폭력성과 관련이 있었다.25
결론
뇌전증 환자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로부터 경험하는 편견과 차별은 뇌전증의 낙인감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이다.8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는 뇌전증 환자에서는 20%가 뇌전증의 낙인감을 갖지만, 뇌전증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환자에서는 두 배가 넘는 47%가 낙인감을 갖는다.8 사회적 보호체계가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환자는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뇌전증 진단을 누구에게도 알리려 하지 않고 철저하게 숨기는 방법을 선택한다.26 뇌전증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대한뇌전증학회가 주도하여 이 질환의 병명을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개명하였으나, 뇌전증 환자 및 그 보호자의 낙인감을 아직까지 줄이지는 못했고, 또한 뇌전증의 진단을 숨기려는 환자나 보호자의 결정에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27 앞으로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국가 차원에서 뇌전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뇌전증의 사회적 낙인을 퇴치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uthor contributions
All work was done by Lee SA.
Acknowledgements
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