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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ia: Epilepsy Commu > Volume 4(2); 2022 > Article
뇌 연구의 역사 6: 반사와 학습

Abstract

A reflex is an involuntary physiological response evoked by external stimuli. Robert Whytt, though he believed in the spirit, identified the neural pathways that elicit some involuntary actions, including the pupillary light reflex. Bell and Magendie found the ventral and dorsal spinal roots responsible for separate motor and sensory functions. Marshall Hall elucidated the spinal and medullary control of complex reflex behaviors. Charles Sherrington explained in detail the integrative nature of the reflexes, including the importance of both excitation and inhibition. Reflexes became recognized as important factors in the mental process through the contributions of Ivan Sechenov. He highlighted that simple reflexes were the fundamental blocks that create more complex behaviors. Ivan Pavlov discovered the presence of the learned (conditional) reflexes as well as the inborn ones, which had a major impact on the development of psychology. He proposed that all learned behavior was a long chain of conditioned reflexes. Donald Hebb brilliantly described synapses as the key sites in creating learned behavior and memory, which involve large circuits of reflex activities.

불수의적 운동

심장, 폐, 위장 등이 특별한 의식적인 지시 없이도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그리스 시대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교감신경(sympathetic nerve)에 사용되는 교감(sympathy)이라는 말도 히포크라테스가 만든 것이다. 원래 히포크라테스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4개의 체액이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4체액설). 그런데 갈렌은 이 말을 몸의 각 부분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설명하는 데 사용하였다. 특히 갈렌은 동물의 영혼이 각 신체 부위를 옮겨 다닌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으나, 이러한 각 부분의 연결이 척수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였다.
이후 한동안 불수의 운동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데카르트에 의해서 다시 조명되기 시작하였다. 데카르트는 우리가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바로 피하는 현상은 영혼의 작용과는 상관없는 불수의적 현상이라고 하였고, 이러한 불수의 운동을 담당하는 곳이 뇌실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만이 형이상학적인 영혼을 갖고 있고 모든 동물들의 움직임이나 표현은 모두 불수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모호한 개념은 윌리스에 의해서 수정 보완되는데, 그는 소뇌가 불수의적인 운동조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척수에서 나오는 늑간신경(intercostal nerve, sympathetic trunk)과 미주 신경이 여러 장기를 통과하면서 불수의 운동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특히 윌리스는 이러한 신경다발들이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1

반사

반사에 대한 개념은 18세기에 이르러 위트(Robert Whytt, 1714–1766)에 의해서 더 명확하게 정립되었다. 스코틀랜드 최초의 신경학자로 불리는 위트는 당대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신경생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운동에 대한 중추신경의 역할, 그리고 수의적 운동(voluntary movement)과 불수의적인 운동의 경계를 명확히 하였다. 그는 특히 불수의 운동 중 하나인 동공반사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2 그는 생명을 유지하는 정령과 같은 힘이 신체에 퍼져 있으면서 신경계를 통해서 소통한다고 생각하는 스탈(Georg Ernst Stahl, 1659–1734)의 애니미즘(Animism) 이론을 긍정하긴 하였으나, 인간의 운동을 영혼이 전적으로 지배한다는 생각에는 반대하였다. 즉, 인간의 운동은 영혼과 신체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하에 그는 여러 형태의 반사 운동을 발견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동공반사(light reflex)를 들 수 있는데, 이 전까지 동공반사는 빛에 의해서 홍채가 자극되어 나타난다고 생각하였다. 위트는 동공반사가 빛이 망막을 강하게 자극하면 이 자극을 줄이기 위하여 동공이 수축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동공반사는 한쪽 눈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양쪽 눈에 동시에 일어나며, 특히 한쪽 눈을 가린 상태에서도 같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다(Fig. 1). 위트는 이 현상을 신경계의 교감 현상 중의 하나로 설명하였다. 위트는 동공반사가 손상된 환자의 부검에서 시신경상(optic thalamus)에 낭종이 있는 것을 발견하여 이 부분을 양쪽 눈의 동공반사를 일으키는 곳으로 지정하였다.
수년 뒤에 위트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당시에 개구리에서 머리를 떼어내도 자극에 반응하여 다리를 움츠리기도 하고 앉아 있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단지 개구리의 근육이 죽은 뒤에도 어느 정도 작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위트는 척수에 남아 있는 모종의 힘이 이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달궈진 쇠 막대기로 척수에 손상을 주면 이러한 움직임이 없어지는 것을 관찰하여 이 생각을 증명하였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척수반사’를 최초로 증명한 발견이다. 위트는 따로 반사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신체의 움직임이 외부의 자극에 의하여 의식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여기에 더하여 위트는 호흡과 사정 같은 현상도 이 자동운동에 포함하였다.

척수의 기능: 운동 및 감각 신경

위트의 이러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척수의 기능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까지는 19세기 초까지 기다려야 했다. 사실 갈렌은 전투 경주차에서 떨어진 환자를 치료하면서 손 운동 기능에 손상 없이 감각 이상만 있을 수 있는 것을 관찰하였고, 척수에서 운동과 신경을 담당하는 부분이 분리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하지만 갈렌의 이러한 관찰은 후속 연구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였고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척수의 운동 및 감각 신경의 분리에 대한 비교적 명확한 증거는 벨(Charles Bell, 1774–1842) (Fig. 2)에 의해 제시되었다. 벨은 1821년 안면신경의 경로를 설명하면서 안면신경이 손상되는 경우 같은 쪽의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것(Bell's palsy)을 발표하였다.3 에든버러에서 형으로부터 외과 수련을 받은 벨은 런던으로 이동하여 30년간 많은 의학적 업적을 쌓았고, 해부학과 미술을 연결시킨 훌륭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유명한 스코틀랜드 화가를 통해서 그림 연습을 시킨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워털루 전투에서 외과 의사로서 벨이 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사람들의 90%가 사망하자, 사람들은 벨의 예술 재능이 수술 기술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그는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고, 1806년에는 ‘미술 그림에서 관찰되는 감정 표현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에세이’에서 인간의 감정은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것은 하등동물에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후에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 표현이 사람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화 과정, 특히 사회화 과정 중에 나타나서 발달한(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현상이며 불수의 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하여, 벨의 업적을 인정하였다.
많은 업적 중에서도 벨의 가장 큰 발견은 척수의 기능해부학적 구조에 관한 것이다. 그 개념은 서로 다른 신경경로가 신경계의 각 부분을 연결하여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토끼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척수의 뒤쪽을 자극하면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지만 앞부분을 자극하는 경우 근육의 경련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연구를 통해서 벨은 운동신경은 척수의 앞부분에 위치한다고 추론하였다. 벨은 이후에 척수로부터 나오는 31개의 척수신경 뿌리에 주목하였다. 앞부분에서 나오는 전근(anterior root; ventral root)과 후근(posterior root; dorsal root) 중 전근을 절단하는 경우 일정 부분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지만 후근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척수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운동신경이 전근을 통하여 나오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벨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알리는 데는 무심하였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 저술한 해부학책에도 누락하였다. 다행히 벨의 매제인 쇼(Alexander Shaw, 1804–1890)가 파리 학회에서 이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강연에 참석한 사람 중에 마장디(François Magendie, 1783–¬1855) (Fig. 3)가 있었다.4
당시 마장디는 자바섬의 원주민이 사용하는 화살촉 독을 이용한 동물 실험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 화살촉 독은 이후 스트리키닌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마장디는 특히 살아있는 동물의 해부를 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었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갖는 연구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로도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마장디는 쇼의 강연을 듣자마자 바로 실험을 시작하였고, 전근을 자르는 경우 같은 형태의 근육 경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깨어 있는 동물에서 후근을 자르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신체 부위에서 더 이상 통증이나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마장디는 이러한 결과를 1822년에 발표하면서 전근이 운동과 관계가 있음을 밝힌 것은 벨이 최초이지만, 후근의 기능을 발견한 것은 자신이라고 명시하였다. 사실 벨은 후근의 기능에 대해서는 별 언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마장디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로 벨이 사망할 때까지 이 두 사람의 반박과 라이벌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특히 영국 측에서는 마장디가 벨의 연구 결과를 훔친 것이라고까지 비난하였다. 이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가 얼마나 심하였던지 아이작 뉴턴과 로버트 훅의 라이벌 관계에 필적한다고 하였다. 또한 마장디는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로 고문에 가까운 해부를 하여 많은 비난을 받았다. 영국에서 동물보호법이 청원되었을 때 마장디의 실험방법이 동물 학대의 표본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점차 과학계가 두 사람의 업적을 인정하게 되면서 전‧후근의 기능 분화에 대해서는 벨-마장디 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Fig. 4). 살아있는 동안 원수처럼 논박을 이어가던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서 역사에 남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흥분-운동 반사

척수의 기능이 어느 정도 알려진 후에 자극에 의한 반사 운동의 개념을 더 명확히 한 사람은 홀(Marshall Hall, 1790–1857) (Fig. 5)이다.5 1812년에 에든버러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홀은 1826년부터 의사로서 런던에서 일을 하면서 개인적인 연구를 진행하였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알려진 홀은 특별한 직책을 갖지 않고 25년간 집에서 연구를 하면서 많은 논문과 저서를 출판하였다. 그는 1820년대 후반부터 반사에 관심을 가지고 실험을 하였는데, 머리가 잘려 나간 도롱뇽의 꼬리가 자극을 받으면 움직이는 점을 관찰하였고 뱀의 상부 척수를 절단하면 그 아래쪽의 몸은 마비가 되지만 역시 자극을 주면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것도 확인하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홀이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며 이미 위트도 같은 경우를 개구리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위트가 이 현상을 척수를 통해서 돌아다니는 생명의 기운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과 달리 홀은 자극에 반응하는 기계적인 운동 현상으로 설명하였다. 즉 감각 자극이 후근을 통하여 척수로 전달되고 척수의 특정 세그먼트에서 통합된 후 전근을 통하여 근육에 전달되는, 복합적인 감각-운동 반응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대뇌는 특정 자극 없이도 같은 운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였다. 홀은 이러한 결과를 1833년 왕립학회에서 발표하였는데, 여기에서 척수뿐 아니라 뇌의 연수 부분도 이러한 반사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신경계에서 반사 작용을 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근육 긴장도를 유지하거나 호흡, 재채기, 기침, 구토를 하는 것 등도 모두 이러한 기계적인 자율 반사 운동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였다. 더 나아가 수영과 같은 지속적인 반복 동작도 이러한 반사 운동의 연속적인 결합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홀은 복합적인 반사 운동의 존재는 믿었지만, 결국 대뇌가 의지를 통한 행동의 본거지임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율적인 인간 의지의 존재라는 개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홀은 뇌 연수 상부에 위치하는 대뇌는 반사 운동보다는 고위 뇌 기능을 담당하며 이 고위 기능에 해당하는 것이 사고, 자발적 운동, 그리고 인간의 의지라고 주장하였다.
홀은 이 외에도 뇌졸중과 뇌전증에 관한 책을 출간하고 동물 실험에 관한 다섯 가지 기본 윤리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필요한 정보가 관찰만으로 얻어질 수 있을 때는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
2) 뚜렷한 목적 없이 동물 실험을 시행하지 않는다.
3) 같은 실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선배나 동료의 실험 결과를 미리 잘 알고 있어야 한다.
4) 실험은 가장 고통이 적게 가는 방법으로 시행해야 한다.
5) 실험은 선명하고 확실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잘 설계되어 불필요한 실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
홀은 사회적으로도 노예제 폐지에 앞장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고위 뇌기능과 반사

이때까지도 인간의 뇌 기능을 기계적인 반사와 고위 기능으로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 데카르트의 이원론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찌 되었든 홀이 뇌 기능의 기계적인 반응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뇌 기능의 이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반응을 마음의 작동 영역에까지 넓힌 사람들이 그리징어(Wilhelm Griesinge, 1817–1868)와 레이콕(Thomas Laycock, 1812–1876)이다. 그리징어는 정신반사(psychic reflex)라는 말을 사용하며, 인간의 정신 활동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6,7 레이콕은 대뇌 피질도 신경계의 다른 부분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할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척수와 같은 반사 운동 방법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이런 반사의 예로 ‘병적 웃음’(pathologic laughter: 뇌 손상으로 인하여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현상)이나 광견병에 걸린 환자가 물에 접촉할 때 보이는 비명 등을 들었다. 레이콕은 인간의 마음이 자유의지를 갖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많은 감정 반응이나 본능적인 행동, 그리고 일부 지적 사고까지도 반사 기전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반사의 존재에 대한 결정적 단서는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세체노프(Ivan Mikhaliovich Sechenov, 1829–1905) (Fig. 6)에게서 나오게 된다.8 군사 공학을 전공한 세체노프는 수학, 물리학, 화학 등에서 매우 뛰어난 성적을 얻었다. 그렇지만 공학에 더 이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21세 때부터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1856년에 모스크바 의과대학을 졸업한 세체노프는 각국의 연구소를 거쳐, 독일에서 당시에 가장 저명한 생리학자들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는 뛰어난 기초 실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곧바로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된다. 당시 생리학 분야는 혈액의 흐름, 소화, 대사, 호흡, 항상성 유지 등과 같은 주제를 연구하고 있었고, 뇌의 의식작용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문 시점이었다. 그리고 뇌 의식기능을 생리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체노프는 의식과 같은 기능도 분명히 생리학적인 법칙을 따를 것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적절한 실험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세체노프는 1860년대 초반에 개구리 다리를 산(acid)으로 자극해서 다리가 움츠러드는 반사를 관찰하던 중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이 반사를 만들어내는 척수 세그먼트 바로 위 척수를 동시에 자극하면 이 반사가 억제되는 것을 본 것이다. 당시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견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때까지 모든 반사는 흥분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수와 시상 등을 추가로 자극하여 하부에서 일어나는 반사 운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혈류의 흐름과 같은 자율신경의 반응도 같이 억제되는 것도 관찰하였다. 신경계의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에 대하여 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최초의 실험이다(Fig. 7).
세체노프는 이러한 억제 효과에 주목하였다. 반사 운동이 자극에 의한 흥분 현상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평상시 억제되어 있던 것이 풀리면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어 먼지 때문에 재채기를 하는 경우 먼지가 흥분 자극을 주어 재채기가 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평상시 억제되어 있던 것이 풀리면서 재채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세체노프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의 생각이나 기억과 같은 현상도 평상시 억제되어 있던 것이 어떤 특정 자극에 의해서 억제가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바로 정신반사의 개념이다. 세체노프가 인간 의식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자발적인 생각으로 보이는 것이 꼭 자발적일 필요는 없으며 인간의 감정과 행동이 단지 흥분과 억제 반사의 연속작용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생각은 당시 사회의 종교적‧도덕적 주류 사고에 반하는 것으로 한때 고발당할 뻔하기도 했다.
세체노프의 다른 중요한 논리는 이러한 반사 작용이 학습에 의하여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반사라는 것은 인간이 갖고 태어난 것으로 바뀔 수 없다는 생각이 대세였으나, 세체노프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서 이를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예를 들어 교육에 의해서 기본적인 본성이나 반사를 억제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고 이것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통합 반사

여기에서 반사 연구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힌 사람이 셰링톤(Charles Scott Sherrington, 1857–1952) (Fig. 8)이다.9 1879년에 에든버러에서 의학 연구를 시작한 셰링톤은 말년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신경계 반사에 가장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반사에 관한 셰링톤의 업적은 여러 반사에 관여하는 신경계의 연결, 반사를 조절하는 흥분성, 억제성 신경의 상호작용, 한 개체의 생존에 필요한 여러 단계의 신경반사 등에 걸쳐 있다. 시냅스(synapse)라는 말을 만든 사람도 셰링톤인데 이 시냅스가 신경계 반사의 기본이 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셰링톤은 신경생리학, 조직학, 세균학, 병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신경세포의 기능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공식적으로는 시골 의사인 제임스 노턴 셰링톤(James Norton Sherrington)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으나, 사실 이 사람은 셰링톤이 태어나기 9년 전에 사망하였고 실제로 의사가 아니라 철물점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실제 아버지는 칼렙 로즈(Caleb Rose)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즈는 입스위치에서 존경받는 의사였고, 고전과 고고학, 그리고 미술에도 관심이 있는 전통적인 학자였다. 이 아버지 덕분에 셰링톤도 미술에 대한 감각을 얻었고 의학을 평생의 과제로 선택하게 되었다.
셰링톤의 업적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무릎 반사의 기전에 관한 것이다. 슬개골의 인대를 두드릴 때 나타나는 이 무릎 반사(슬개골 반사)에 대해서는 독일 의사인 웨스트팔(Carl Westphal, 1833–1890)과 업(Wilhelm Erb, 1840–1921)이 최초로 기술하였다. 이 두 사람은 이 현상을 각기 다르게 설명하고 있는데, 웨스트팔의 경우는 슬개골의 인대를 두드리는 힘에 의해서 대퇴사두근(quadriceps)이 단순 수축하는 것으로 설명하였고, 업은 이 현상이 인대에 가해진 자극이 감각신경, 척수, 운동신경을 통하여 다시 근육으로 전달되는 진정한 의미의 반사작용이라고 생각하였다.
셰링톤은 이 무릎 반사가 척수근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후근을 통하여 정보가 척수로 전달되고 다시 전근을 통하여 근육으로 정보가 흐른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 점에서는 업의 의견이 맞았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 반사가 일어날 때 무릎 뒤쪽의 근육인 햄스트링의 근 긴장도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즉 무릎 반사가 일어나려면 무릎을 신전시키는 대퇴사두근은 수축하고 무릎을 굽혀주는 햄스트링의 근육 긴장도는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Fig. 9). 이것이 척수반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상호작용(reciprocal action)이다. 즉,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 근육의 수축이 일어나려면 그 반대 작용을 하는 근육은 이완되어야 한다(셰링톤의 법칙). 이를 작용근육(agonist muscle, 수축하는 근육)과 길항근육(antagonist muscle, 이완하는 근육)이라고 한다.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연구가 바로 이것이다.
또 셰링톤은 두세 개의 척수근이 합쳐져서 한 근육에 도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각 척수후근이 담당하는 신체 감각영역도 도식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셰링톤은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되는데, 척수 전근을 파괴해도 근육과 연결되는 신경의 절반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근육이 수축 운동만 하는 기관이라면, 척수 전근을 파괴하는 경우 척수와 근육을 연결하는 모든 신경이 차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절반의 신경이 살아남는 것을 보고 근육에도 피부처럼 감각신경이 존재할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고, 독일 학자인 바이스만(August Weismann)이 1860년에 발견한 근육 내 방추구조물(muscle spindle, 1863년에 Willy Kuhne에 의해 근방추라고 이름이 붙여졌다)이 감각기관일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셰링톤은 후근을 절제하였고, 근육으로 이어지는 신경의 퇴행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방추구조물은은 실제로 감각기관이 맞으며, 근육이 늘어나는 것을 감지하여 반사적으로 근육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셰링톤은 이를 고유감각(proprioception)이라고 명명하였다.
셰링톤은 옥스포드에서 여러 훌륭한 제자들을 지도하기도 하였는데, 이중 나중에 몬트리올에서 뇌전증 수술과 뇌 전기자극으로 유명해지는 펜필드(Wilder Penfield, 1891–1976)가 있었다. 또 세 명의 제자가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고, 미국의 뇌 수술 선구자인 쿠싱(Harvey Williams Chshing, 1869–1939)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복합 운동반사

1896년에 셰링톤은 척수의 기능을 마취 없이 연구하기 위하여 동물에서 대뇌를 포함하는 신경계 상부구조를 제거하는 방법을 적용해 보았다. 그런데 사지근육이 이완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모든 근육이 거꾸로 강직되면서 신전(extension)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셰링톤은 이를 대뇌제거 경직(decerebrate rigidity)이라고 명명하였다(실제 환자에서 중뇌 이상의 뇌에 광범위한 손상이 있는 경우에 이러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이 현상이 상부 뇌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신경계의 억제 효과가 없어졌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억제신경은 척수의 전외측 하방경로(anterolateral descending tract of spinal cord)를 따라 내려가는 것도 확인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대뇌제거 동물에서 복잡한 운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대뇌제거 고양이에서 오른쪽 앞다리를 자극하면 이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동시에 오른쪽 뒷다리는 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며, 반대편 앞다리와 뒷다리는 오른쪽과 반대의 움직임을 취한다. 이 자세는 바로 보행 자세에 해당하며 보행을 가능케 하는 기본 반사다. 이를 토대로 셰링톤은 보행이나 달리기와 같은 복합적인 운동도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개의 척수반사가 연결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행동이 복잡해질수록 반사의 개수와 상호작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결국 가장 복잡한 행동은 대뇌피질에 존재하며 수백만 개의 켜고 끄는 스위치의 조합이 있을 것으로 추론하였다.

조건반사(학습된 반사)

셰링톤은 반사라는 것은 뇌가 만들어질 때 이미 신경계에 존재하는 것, 즉 타고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반사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파블로프(Ivan Pavlov, 1849–1936) (Fig. 10)다.10,11 어린 나이부터 지적 호기심이 매우 강했던 파블로프는 러시아 정교회 목사였던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그는 파블로프가 자신과 같은 길을 가기를 원했다)에도 불구하고 1870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자연 과학을 전공하였고 1879년에는 제국 의학사관학교에서 의사 자격증을 따게 된다. 파블로프는 독일에서 잠깐 연구를 진행한 후 줄곧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면서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특히 제국 실험의학 연구소장을 45년간 역임하였고 의학사관학교의 생리학 과장직도 30년간 수행하였다. 당시 러시아의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하여 연구소 상황은 열악한 편이었지만 파블로프의 새로운 실험기법의 발명은 곧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파블로프의 원래 관심사는 소화기관과 순환계의 생리였다. 그는 특별히 고안된 기구를 동물의 소화기관에 삽입하여 살아있는 동물에서 직접 소화액을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서 신경계와 소화기 생리와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특히 동물이 살아있는 채로 오랜 기간 동안 행동과 생리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실험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파블로프는 1901년부터 4년 연속으로 노벨상 후보에 오르게 되는데, 워낙 연구 분야가 다양하여 한 연구를 지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3년간 탈락하다가 마침내 미주신경이 위 소화액의 분비에 미치는 영향과 췌장에 대한 뇌의 조절 능력에 대한 연구로 1904년에 러시아인 최초로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파블로프는 이러한 연구 업적으로 레닌으로부터 칭송을 받기도 하지만, 러시아의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반대하였고 그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1923년에는 러시아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사회공학적 실험(공산주의, 집단 농장 등)은 연구에 사용되는 개구리 뒷다리 하나의 가치도 없다고 평가 절하하기도 하였다. 4년 뒤에는 아예 스탈린에게 편지를 써서 그가 저지른 러시아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러시아 사람인 것이 부끄럽다고 하였다. 몰로토프에게도 자신이 아는 몇 사람에 대한 부당한 기소를 재고할 것을 요구하였다. 진정으로 행동하는 학자의 모범을 보여준 파블로프는 운명하는 순간에도 지적 추구를 멈추지 않았고, 자신의 학생들을 옆에 두고 죽어가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받아적도록 하였다. 죽음의 주관적 경험을 알 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생각한 것이다.
소화기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에 파블로프는 침샘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연구로 판명되었다. 그 이유는 동물이 먹지 않고 음식을 보기만 해도 침을 흘리기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또 음식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분비되는 침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신경계 반사로는 설명이 되지 않고, 동물이 주위 환경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소견이었다. 이 사실에 고무된 파블로프는 그때까지의 자신의 전문 연구분야인 소화기 생리 연구 대신에 신경계 학습에 대한 연구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이 연구 과정에서 파블로프의 유명한 종소리 실험이 탄생하였다(Fig. 11). 동물에 먹이를 줄 때 종소리를 같이 들려주는 과정을 반복하면 나중에 동물은 음식 없이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된다. 사실 파블로프는 불빛, 메트로놈 등 종소리 이외에도 여러 자극을 사용하여 같은 결과를 얻었는데, 어찌 되었든 이 종소리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발견은 동물이 종소리와 음식의 상관관계를 학습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며, 바로 반사가 미리 조립된 신경계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고 학습에 의해서도 출현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파블로프는 동물과 인간에 있어서 학습의 기본 수단이 되는 것이 조건반사라고 생각하였고 모든 학습된 행동은 이러한 조건반사의 연속된 조합이라고 보았다. 즉 인간은 기계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조건반사와 비조건반사(학습에 의해서 형성되는 반사가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반사, 예를 들어 무릎 반사)의 연속적인 조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마음의 역할은 이러한 반사들이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에 불과하고 직접 행동을 나타나게 하는 데는 별 작용을 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심리학이 뜬구름 잡는 형이상학적 학문으로 취급받던 시절이었다. 심리학에서 객관적인 접근법이 가능한 이론을 찾고 있던 왓슨(John Broadus Watson, 1878–1948)은 인간의 마음에 집중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물리적 법칙을 발견하고자 노력 중이었다.12 1915년에 동료였던 래슐리(Karl Lashley, 1890–1958)에 의해서 파블로프의 이론을 접하게 되는데, 이 연결이 왓슨으로 하여금 반사에 기반을 둔 행동심리학이라는 분야를 여는 기회를 주게 된다.
행동심리학은 자극-반응 심리학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이것이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특정 행동의 출현에 환경의 영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왓슨은 제자인 라이너(Rosalie Rayner, 1898–1935, 나중에 둘은 결혼한다)와 더불어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하여 심리학 역사에서 악명이 높은 실험을 시행하게 된다. 꼬마 알버트(Albert)라고만 알려진 9개월 된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데, 우선 알버트가 애완용 쥐와 친하게 지내도록 시간을 준 후에, 쥐가 알버트가 있는 방에 들어오면 바로 망치로 쇠 파이프를 때려 큰 소리가 나게 하는 방법으로 알버트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과정을 7차례 반복하자 알버트는 소리가 없어도 쥐를 무서워하게 되었고, 더 이상 쥐와 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실험은 쥐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동물들과 심지어 신타클로스 마스크와 같은 물건에도 적용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반사 실험은 한 달 뒤 가족이 알버트를 데리고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왓슨은 이 조건반사를 완화하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아마도 이러한 알버트의 행동변화는 계속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알버트의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가 2009년에 와서야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알버트는 불과 6세에 뇌수종으로 죽었다고 한다(그래도 실험과는 관련이 없다). 왓슨은 이후에 제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을 당하며 존스 홉킨즈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악명 높은 실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견과 이론은 20세기 초에 신경학과 심리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후 한동안 행동심리학 지지자들은 아무리 복잡한 행동도 과거의 학습에 대한 반사의 연속현상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1930년에 왓슨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자신에게 불특정한 12명의 영아를 주면 그들 모두를 임의로 지정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도록 교육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은 사회공학에도 적용되어 스키너와 같이 사람의 행동이 보상과 벌에 의해서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기억의 흔적(Engram)

파블로프의 행동신경학은 이후 많은 학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이중 래슐리는 파블로프의 이론을 객관적인 동물 실험을 통해서 입증하고자 하였다(Fig. 12).13 1911년에 존스 홉킨즈에서 왓슨의 지도를 받은 래슐리는 그와 함께 쥐 미로 찾기 과정에서 여러 약물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고, 이어서 학습에 관여하는 대뇌 부위를 찾고자 하였다. 이 때 래술리는 뇌 외상 전문가인 프란즈(Shepherd Franz, 1879–1933)로부터 동물의 뇌에 국소적인 병소를 만드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파블로프는 자신의 조건반사 이론을 설명하면서 개의 소리를 관장하는 뇌와 침을 흘리는 행위를 지시하는 뇌 사이에 새로운 신경경로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래슐리는 만일 이 이론이 맞는다면 이러한 학습반사가 저장된 뇌 부위를 제거하면 이 반사 행동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래슐리가 시행한 것이 뇌 기억의 흔적을 찾는 실험이다. 쥐를 미로 테스트에서 훈련하여 빠른 길을 찾게 만든 후 쥐 대뇌피질의 다양한 부분을 손상시켜 이 기억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실험의 결과는 래슐리의 예측과 전혀 달랐다. 뇌 피질의 50% 가까이 제거해야 비로소 미로 찾기 기능이 떨어졌고 이마저도 다시 교육을 하면 기능이 돌아오는 것이었다(하등동물과 고등동물의 차이가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뇌 어느 부분을 손상시켜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래슐리는 엔그램(engram, 기억의 흔적)에 관한 두 가지 명제를 제시하는데, 하나는 크기의 작용(mass action, 양 작용)이고 다른 하나는 등가 법칙(equipotentiality)이다. 양 작용은 학습의 속도와 정확도를 결정하는 것은 당시 가용한 대뇌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뇌 손상으로 학습이 영향을 받는 정도도 망가진 대뇌의 양에 의하여 결정된다. 등가 법칙은 기억의 흔적은 뇌 전체 피질에 같은 정도로 골고루 퍼져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부분의 대뇌가 파괴되어도 그곳과 연관된 다른 뇌 부분이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단순히 복합적인 반사만으로 기억이 이루어질 수는 없고 동물의 다양한 행동을 관장하는 상위 뇌 구조가 있을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래슐리는 이 부분을 도식(schemata)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이러한 도식이나 학습이 일어나는 자리는 찾지 못했다.
래슐리가 조건반사로 모든 학습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함에 따라 학습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때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가 래슐리의 제자인 헵(Donald O. Hebb, 1904–1985)에 의해서 제시된다(Fig. 13).14 헵은 학습에 관한 이론을 제시한 신경생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원래 소설가가 되고 싶어 했고 몬트리올 지역의 초등학교 교장을 지내기도 했던 헵은,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고관절 염증으로 1년간 침대 생활을 하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우연히 세링톤의 연구 결과를 접하게 된다. 이 논문에 자극을 받은 헵은 침대 생활을 하면서도 척수반사에 대한 석사 논문을 썼고, 곧이어 래슐리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1937년에 몬트리올 신경센터(Montreal Neurological Inatitute)의 펜필드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헵은 이때 뇌의 외과적 수술과 손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었다. 그는 환자의 나이가 어린 경우 뇌의 특정 부분이 제거되어도 다른 부분이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손상된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 것을 관찰하였다. 헵은 1948년에 몬트리올 맥길 대학의 교수로 임명되었고, 1949년 마침내 ‘행동의 구조(Organization of Behavior)’라는 명저를 저술한다.
일명 헵의 이론(Hebbian theory)이라고 불리는 학습 이론은 학습과 기억이 간단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법칙에 의거한다는 것인데, 그 법칙은 ‘신경세포 A가 근처에 있는 신경세포 B를 흥분시킬 만한 충분한 신호를 반복적으로 주게 되면 어떠한 구조 또는 대사의 변화가 일어나서 세포 A가 B를 흥분시키는 효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Fig. 14). 반복되는 자극이 세포 간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셈이다. 이것은 헵의 법칙(Hebb’s law)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 법칙은 인간의 마음의 작동법을 설명하면서 이 과정을 기계적인 계산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공지능의 탄생에도 기여하게 된다.
헵은 학습에 이용되는 뇌 회로는 자극으로부터 운동으로 연결되는 한 방향의 단순 회로가 아니며, 매우 많은 뇌세포가 관여하는 순환 회로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순환 회로는 자극의 반복에 의해서 강화될 뿐 아니라 자극이 끊겨도 계속해서 메아리처럼 순환하면서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였다. 이뿐 아니라 이렇게 강화된 회로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구조물이 바로 시냅스라고 결론지었다. 순환 회로가 어느 정도 반복해서 돌면 장기 기억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장기 기억이 형성되도록 신경계의 변화를 일으키는 장소가 시냅스라는 것이다.
헵은 학습에 환경의 자극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였고, 여러 다양한 자극이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뇌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잘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그러한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헵은 딸과 함께 집에서 쥐들을 키우면서 다양한 환경에 노출하여 이 가설을 증명하였다. 이러한 헵의 노력은 저소득 집안의 아이들에 대한 개선된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어렸을 때 적절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미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 조합들이 잘 형성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학습을 하는 데도 용이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눈길을 끄는 헵의 연구로 외부 자극을 단절시켜 심문 효과를 높이는 기술의 개발(세뇌 과정과 유사한데 세뇌, 즉 brain washing은 이때 나온 말은 아니고 이후에 중국에서 시행된 방법을 일컫는 것이다)이 있는데, 일설에 따르면 이는 정부 기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Author contributions

All work was done by Lee SK.

Fig. 1.
Light reflex. The pupillary light reflex constricts both pupils in response to light stimulus to one eye (A). Pupillary constriction is achieved through the innervation of the iris sphincter muscles. These signals are then relayed to the bipolar cells, which interact with ganglion cells, which in turn coalesce to form the optic disc and optic nerve. The optic tracts join the brachium of the superior colliculus, and then signals travel to the pretectal area of the midbrain. Each pretectal area sends bilateral signals to the preganglionic parasympathetic nuclei in the midbrain called Edinger-Westphal nuclei. Efferent parasympathetic preganglionic fibers travel along the oculomotor nerve and synapse with the ciliary ganglion, which sends postganglionic axons to directly innervate the iris sphincter muscles. The contraction of the iris sphincter muscles leads to pupillary constriction (miosis)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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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Charles Bell (1774–1842).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CC BY 4.0). Credit: Charles Bell. Oil painting. Wellcom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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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François Magendie (1783–1855). Lithograph by Dollet V. Wellcom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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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The principle that afferent neurons enter the spinal cord dorsally (from the back), whereas efferent neurons issue from the spinal cord ventrally (from the fr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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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5.
Marshall Hall (1790–1857). Pastel by James Luntley,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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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6.
Ivan Mikhailovich Sechenov (1829–1905). Liberal English Dictio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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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7.
An excited neuron sometimes extends the axon backward to the input neuron to inhibit the excitation (feedback inhibition) (A). In another situation, the neuron excites the inhibitory neuron, which also inhibits the next inhibitory neuron. The net effect is the excitation of the target neur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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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8.
Charles Scott Sherrington (1857–1952).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CC BY 4.0). Credit: Portrait of Sir Charles Scott Sherrington. Wellcom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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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9.
The mechanism of knee jerk (patellar reflex). The stretch of the tendon is detected through stretch receptors in the muscle spindle in the quadriceps muscle. The muscle spindle then stimulates the sensory neurons, which travel to the lumbar region of the spinal cord. In the gray matter of the spinal cord, the sensory neurons synapse on a motor neuron (this is a monosynaptic reflex). The motor neuron projects to the muscle spindle in the quadriceps contracting the muscle. When the sensory neuron reaches the spinal cord, in addition to synapsing on a motor neuron, it also synapses on an inhibitory interneuron. This inhibitory interneuron then synapses on a different motor neuron. This second motor neuron travels to the hamstring muscle, relaxin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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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0.
Ivan Pavlov (1849–1936).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CC BY 4.0). Wellcom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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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1.
Classical conditioning of Ivan Pavlov. Credit: Lectures on conditioned reflexes/Ivan Petrovich Pavlov; translated and edited by W. Horsley Gantt; with the collaboration of G. Volborth; and an introduction by Walter B. Ca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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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2.
Karl Lashley (1890–1958).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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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3.
Donald Hebb (1904–1985). Open Collections.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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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4.
Hebbian theory. A basic mechanism of synaptic plasticity wherein an increase in synaptic efficacy arises from the presynaptic cell’s repeated and persistent stimulation of the postsynaptic 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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