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뇌전증 증후군(epilepsy syndrome)이 국제뇌전증퇴치연맹(International League Against Epilepsy, ILAE) 분류 체계에서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5년부터였으나,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소아소발작뇌전증(childhood absence epilepsy, CAE), West 증후군, Lennox-Gastaut 증후군 등 여러 뇌전증 증후군들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 ILAE 분류 및 용어 관련 개정이 발표된 2017년까지도 뇌전증 증후군의 공식적인 정의, 진단 기준 및 분류 체계가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ILAE에서는 2017–2021년에 새로운 질병 분류와 정의에 대한 대책위원회(Nosology and Definitions Task Force)를 구성하여 이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1 그 결과로 2022년 6월
Epilepsia (volume 63)에 특별 기고로 방법론(methodology)
1 이외 4개의 뇌전증 증후군 관련 성명서를 소개하였는데(신생아 및 영유아기 발병
2, 소아기 발병
3, 다양한 연령대 발병
4, 특발 전신뇌전증[idiopathic generalized epilepsies, IGEs]
5), 본 종설에서는 이 중에서 다양한 연령대 발병 뇌전증 증후군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요약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1. 정의1
뇌전증 증후군은 “종종 특유의 원인(구조, 유전, 대사, 면역, 감염)으로 설명되는, 임상 양상과 뇌파(electroencephalography, EEG)에서 특징적인 소견을 공유하는 집합체(cluster)”라고 정의한다. 뇌전증 증후군을 진단하면 예후 예측과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경우 이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 다양한 연령대 발병 뇌전증 증후군의 분류4 (Fig. 1)
뇌전증 증후군은 흔히 나이 의존적 발생 양상을 보이는데, 본 종설에서 다루는 다양한 연령대라 함은 18세 이하와 19세 이상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는, 즉 소아청소년기와 성인기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는 증후군을 말한다.
• 전신뇌전증 증후군/다유전자(polygenic) 원인: 3개의 IGEs—청소년소발작뇌전증(juvenile absence epilepsy, JAE), 청소년근간대뇌전증(juvenile myoclonic epilepsy, JME), 전신강직간대발작만 보이는 뇌전증(epilepsy with generalized tonic-clonic seizures alone, GTCA)
• 자연 치유되는(self-limited) 국소뇌전증 증후군/복합적 유전 추정(presumed complex inheritance): 소아후두시각뇌전증(childhood occipital visual epilepsy, COVE), 광민감후두엽뇌전증(photosensitive occipital lobe epilepsy, POLE)
• 국소뇌전증 증후군/유전, 구조, 또는 유전-구조적 원인: 수면관련 과운동뇌전증(sleep-related hypermotor or hyperkinetic epilepsy, SHE), 가족 내측두엽뇌전증(familial mesial temporal lobe epilepsy, FMTLE), 다양한 초점을 동반한 가족 국소뇌전증(familial focal epilepsy with variable foci, FFEVF), 청각 특징을 동반한 뇌전증(epilepsy with auditory features, EAF)
• 전신-국소 복합(combined generalized and focal) 뇌전증 증후군/다유전자 원인: 읽기 유발 발작을 동반한 뇌전증(epilepsy with reading-induced seizures, EwRIS)
• 발달 그리고/또는 뇌전증 뇌병증(developmental and/or epileptic encephalopathy, D and/or EE)을 동반한 뇌전증 증후군과 진행하는 신경학적 악화(progressive neurological deterioration)를 동반한 뇌전증 증후군: 진행근간대뇌전증(progressive myoclonus epilepsies, PMEs), 열성 감염과 관련된 뇌전증 증후군(febrile infection-related epilepsy syndromes, FIRES)
• 원인-특이적(etiology-specific) 뇌전증 증후군: 해마경화증을 동반한 내측두엽뇌전증(mesial temporal lobe epilepsy with hippocampal sclerosis, MTLE-HS), Rasmussen 증후군(Rasmussen syndrome, RS)
상기 분류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KCNT1 유전자 변이로 인한 SHE의 경우 뇌전증으로 인한 신경인지 저하를 보이면 DE를 동반한 뇌전증 증후군으로 간주할 수 있다. RS 또는 MTLE-HS는 성공적인 뇌전증 수술 후 신경인지 저하가 호전되면 EE를 동반한 뇌전증 증후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PME의 경우에는 진행하는 신경학적 악화를 보이기 이전 질환 경과의 초반에는 JME와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3. 진단 기준 표의 구성1
각각 뇌전증 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표로 정리되어 있는데, 주요 구성 항목은 아래와 같다.
• 필수(mandatory):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기준으로, 없다면 진단할 수 없다.
• 제외(exclusionary):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 꼭 없어야 하는 기준으로, 있다면 진단할 수 없다.
• 주의(alert):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없지만 드물게 보일 수 있어, 이 항목이 있다고 해서 진단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진단을 재고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의 항목이 더 많이 존재할수록, 진단의 확실성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이외 일부 특정 뇌전증 증후군에서 아래 2개의 추가적인 개념을 정의하였다.
• 진행 중인 증후군(syndrome-in-evolution): 이 용어는 진행하는 뇌전증 경과의 초기에 사용되어야 하며, 발병 초기에는 필수 진단 기준을 만족하지 않지만 진행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 적용된다. 뇌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기 이전의 RS 등 일부 증후군이 그 예가 될 수 있고, 모든 증후군에서 해당되지는 않는다.
• 검사 확진 없는 증후군(syndrome without laboratory confirmation): 이 용어는 의료 자원이 한정적인 지역에서만 적용되며, EEG나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등 진단에 꼭 필요한 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경우 사용된다. 이러한 검사가 시행될 수 없다면 일부 증후군은 진단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원인-특이적 뇌전증 증후군
이환된 환자들의 대부분에서 보이는 명확히 정의되고 비교적 균일하며 특유한 임상 표현형 (임상 양상, 발작 종류, 동반질환, 질환 경과, 그리고/또는 특정 치료에 대한 반응)과 일관된 EEG, 신경영상 그리고/또는 유전적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원인이 있는 경우 원인-특이적 뇌전증 증후군으로 규정한다.
4 여기에는 2010년에 ‘특수뇌전증 및 수술치료가 가능한 뇌전증(constellations)’으로 분류되었던 MTLE-HS, RS, 시상하부과오종과 동반된 웃음 발작(gelastic seizures with hypothalamic hamartoma), 반경련-반신마비-뇌전증(hemiconvulsion-hemiplegia-epilepsy)이 포함되며, 다양한 연령대 발병 증후군에는 이 중 MTLE-HS와 RS의 2개가 해당된다.
1 현재 RS 이외 자가면역뇌전증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향후 추가적인 연구에 따라 원인-특이적 뇌전증 증후군의 범위는 확장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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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마경화증을 동반한 내측두엽뇌전증4
MTLE-HS은 소아기에 발병할 수도 있지만, 성인에서 흔한 국소뇌전증이다. 다양한 원인(유전, 구조, 면역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나,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이든 MTLE-HS로 진단하려면 영상에서 HS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MTLE-HS은 흔히 약물 난치성이지만, 뇌전증 수술로 완치에 이를 수도 있다(
Table 8).
2. Rasmussen 증후군4
RS는 ‘Rasmussen 뇌염(encephalitis)’이라고도 불렸으며, 소아청소년기 및 젊은 성인기에 발병할 수 있고, 뇌영상에서 진행하는 반구의 위축(hemispheric atrophy)을 특징으로 한다.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이러한 뇌병변 자체가 RS의 증후군적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이 되므로 원인-특이적 뇌전증 증후군으로 간주된다(
Table 9).
결론
뇌전증 증후군은 임상 양상과 EEG에서 특징적인 소견을 공유하는 집합체로서, 종종 특유의 원인(구조, 유전, 대사, 면역, 감염)으로 설명된다. 뇌전증 증후군은 크게 전신, 국소, 전신-국소 복합으로 분류하고, 일부 증후군은 D/EE 또는 진행하는 신경학적 악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몇몇 원인-특이적 증후군도 있으며,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일부 자가면역 뇌전증 등도 추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뇌전증 증후군은 흔히 나이 의존적 발생 양상을 보이는데, 본 종설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병하는 증후군을 요약하였다. 뇌전증 증후군을 진단하면 예후 예측과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경우 이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